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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09 15:42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추억하며
 글쓴이 : 나마스떼
조회 : 67  

많은 세계인을 쿠바로 불러들이는 또 하나의 이방인은 헤밍웨이다. 그도 체 게바라 만큼이나 쿠바를 사랑했다. 낚시광이었던 헤밍웨이는 1940년부터 쿠바 혁명 이후 미국과의 사이가 악화되어 추방되기까지 20여 년을 쿠바에서 살았다. 그리고 추방되어 미국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가 계속 쿠바에서 살 수 있었다면 그런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괜한 생각을 해본다. 그는 명성에 비해서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만큼 많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미국 작가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의 작품도 물론 좋아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기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는 그의 삶을 더 좋아한다. 파멸할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는 그의 삶 자체를.
생떽쥐베리가 많은 나이로 굳이 출전해야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자원하여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날아갔듯이, 헤밍웨이도 1차 대전에 참전하였고, 종군 기자로서 스페인 내전의 한복판으로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생떽주베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대지', '야간비행' 등의 명작을 남겼고, 나중 비행기 실종으로 현재까지 그의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다. 헤밍웨이는 종군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안녕'과 같은 걸작을 남겼다. 전장을 배경으로 하여 스펙타클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담은 이 소설들은 영화화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는 아바나 인근의 헤밍웨이 농장과 낚시광인 그가 자주 왔다는 코히마루 해변을 찾아 그의 체취를 더듬어 보았다. 코히마루 해변은 인적이 드문 쓸쓸한 바닷가로 흔한 배 한 척 찾아볼 수 없이 적막했다. 산티아고  노인을 닮은 깊은 주름살의 어부 노인과 비린내 풍기는, 작지만 분주하고 소란스러워 사람 냄새가 나는 항구를 연상하고  있었던 나의 기대는 속절없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심상은 어차피 우리 마음 속에 있다. 눈을 감으면 모히토를 마시고, 친구들과 쾌활하게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며, 험한 파도를 헤치고 낚싯배를 모는 그의 모습을 더 잘 떠올릴 수 있다.

'노인과 바다'의 출간(1952년)은 그의 문학 인생에서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이후 십 념 넘게 침묵을 지키자 많은 비평가와 독자들은 이제 그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평했다. 그런 그가 불사초처럼 되돌아온 것이다. 이 소설로 1953년 소설 부문 퓰리처상을 받고, 1954년 미국 작가로는 다섯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헤밍웨이의 분신이라 할 산티아고 노인은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하여, 누가 보아도 낙오자요 패배자다. 그런 그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거친 바다에 도전한다. 사흘 밤낮 동안 거친 풍랑과 맞서고 죽음 직전까지 가는 악전고투 끝에 거대한 청새치를 낚고 항구로 돌아온다. 도중에 상어 떼의 공격에 맞서 힘껏 싸웠지만 결국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가 되고 만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야성적인 성격의 산티아고 노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고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가엾게 여기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평생의 터전인 바다와 그 속에 사는 모든 생물들에 대해 깊은 애정과 유대감을 가지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간다.

헤밍웨이가 이 작품을 쓸 무렵 그의 나이는 52세였다. 장년의 나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는 크고 작은 사고를 몸을 상한데다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렸다. 또 우울증과 알콜 중독을 앓고 있었다. 그는 FBI가 자기를 감시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불평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그의 피해망상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것은 그후 기밀 기한이 지나 공개된 문서를 통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를 미 당국에서 공산주의자라고 의심했던 것이다.

산티아고 노인이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기고 청새치를 낚아 돌아오는 것은 바로 헤밍웨이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다의 왕자 청새치가 바로 산티아고이고, 또한 헤밍웨이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모습으로 돌아옴으로써 육체적, 물질적으로는 패배자라 할 수 있지만, 불굴의 정신을 발휘한 면에서 영웅이고, 승리자다. 이것이 바로 헤밍웨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가치요 덕목이다.

'노인과 바다'의 주제와 관련하여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존경심'을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죽음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삶은 본질적으로 승산 없는 싸움일지 모른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삶, 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그러나 그 숙명에 굴복하지 않고 시지프스와도 같이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은 승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식 (20-03-09 18:16)
 
이선생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에서 헤밍웨이의 체취가 그대로 붇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선생님의 수기 자체가 그대로 한편의 수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헤밍웨이의 생애를 실감있게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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