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여행-잊지못할 감동을 드립니다!
 

 
작성일 : 18-06-12 11:53
한판승부
 글쓴이 : 양호인
조회 : 216  

한 판 승부


 11월 15일 에티오피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하라르의 저고르(성곽도시) 안, 366개의 골목을 샅샅이 누비며 그네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비좁은 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 종일토록 걸었다. 마치 미로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숨바꼭질을 하듯 아침 한 나절, 저녁 한나절씩을 돌며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낮선 곳, 낮선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독특한 경험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네들을 향해 손짓 발짓을 해가며 소통하면서도 그네들과의 바디 랭귀지는 어디를 가도 통하는 만능언어인 셈이다. 종일토록 거리를 마치 길 잃은 사람들처럼 돌아다니다 지쳐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후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밤을 잠으로 불태우리라 다짐한다. 체력이 더 이상의 방황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창문의 커튼을 굳게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막 잠들려는 순간이다. 어딘가에서 뚝뚝 소리가 난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바로 K언니 배위에서 나는 소리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이럴 수가! 천정에서 K언니의 배위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언니 배위로 물이 떨어져” 곤히 잠들어 있던 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기겁을 하고 사람을 불렀다. 십 여분을 기다린 후에 나타난 호텔 매니저에게 손가락으로 K언니의 배를 덥고 있던 이불을 가리켰다. 그네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을 바꾸어 준단다. 앞방으로 옮겼다. 침대가 마땅치 않다고 하자 거구의 두 여인은 내가 쓰던 침대를 번쩍 들어 옮겨다 놓는다. K언니와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잠신이 살살 왕림하려는 순간이었다.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내 침대 밑으로 재빨리 사라진다. 화들짝 놀란 내가 벌떡 일어나자 웬일이냐며 K언니도 일어났다. 쥐가 들어 왔다는 소리에 덩치 큰 K언니는 나보다 더 호들갑이다. 일어나서 침대 위를 펄쩍 펄쩍 뛰어 보아도 쥐란 놈은 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침대 밑에서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지 소리만 요란하다. 수건도 던져보고, 신발로 두드려도 보고 별 짓을 다해도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고 우리를 약 올리는 재미를 붙였는지 감감 소식이다. 그냥 자자는 내 말에 K언니는 절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하긴 위생 상태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니 이 녀석이 얼굴 위로라도 올라오면 큰 일이 긴하다. 비상수단을 써야했다. 그 때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삼각대, 우리에겐 카메라 삼각대가 있었다. 카메라 삼각대를 마치 장총처럼 최대한 길게 폈다. 쥐와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됐다. 침대 밑에 삼각대를 넣고 크게 휘저었다. 두 어 번 휘저은 후였다. 커다란 쥐 한 마리가 쏜살 같이 출입문 밑으로 사라졌다. 이런! 출입문이 바닥과 주먹이 들어갈 만큼 떠 있으니 쥐쯤은 맘 놓고 제 세상인양 돌아다녀도 되게 생겼다. 어이가 없어진 우리는 그저 웃을 수밖에. 그래도 이 호텔이 인근에서는 최고의 호텔이라니 그저 받아드려야 하는 신세이다. 다시 쥐가 들어오지 말란 법이 없으니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샤워용 수건을 둘둘 말아 문틈을 막아 놓고서야 그 밤 우리는 평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귀국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왁자지껄한 짜트 시장으로 들어갔다. 짜트는 사람 키 정도의 붉은 나무줄기에 푸른 잎들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잎이 달린 채 꺾어다 파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막물 녹차 잎처럼 거친 모양을 한 잎이다. 짜트의 여린 잎을 딴 뒤 이걸 다발로 묶어 내다 판다고 한다. 잎이 시들기 전에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라르의 시장과 거리에선 짜트 잎을 팔기위해 이처럼 새벽시장이 열린다. 이 잎은 이들의 주 수입원으로 아프리카 전역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마약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여러 나라에서 수입을 중단하여 하라르 사람들의 짜트로 인한 수입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짜트 잎을 따서 씹으며 팔기고 하고 사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마약에 취한 듯 모두 날선 모양의 묘한 표정이다. 수많은 무리의 군중 속으로 들어간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보호를 받긴 하였지만 무서운 표정과 반감을 드러내는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겁이 났다. 먹어 보라며 내미는 그들을 향해 그저 웃어보이고는 간신히 빠져 나오는데, 길섶에 떨어진 짜트 잎을 주어먹는 염소마저 비틀거리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도 염소도 모두 중독이 되었는지 난리북새통인 곳이었다. 이대로 둔다면 필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데 이대로 두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남의 나라 일까지 걱정하는 내 오지랖이 우습긴 해도 그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마지막 저녁이다. 인솔자가 마지막 저녁이니 김치찌개나 먹어보자는 말에 모두들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여느 유럽이나 동남아처럼 가는 곳 마다 한식당이 즐비한 곳이 아니니 김치찌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다셔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입맛이 아직은 김치찌개의 시큼 새큼한 맛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밥상엔 김치찌개와 하얀 쌀밥, 예의 그 도시락 반찬에 올라왔던 분홍색 소시지까지 등장하니 금상첨화가 아니던가.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저녁식사,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김치찌개의 맛에 감동하는 한국인임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상차림 낸 인솔자의 한 판 승부에 홀딱 넘어가 버렸다.
 그는 우리에게 또다시 어딘가에 이처럼 맛있는 김치찌개가 기다리는 오지가 있음을 암시하며 눈을 찡긋해 보인다. 우리는 또 다른 오지 여행을 생각하며 귀국 행 비행기를 탔다. 꿈속에서는 여전히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양호인 (18-06-12 12:09)
 
아직도 온 뭄을 전율케 하는 에티오피아 여행의 잔영 속에 머무르며 ,,,그 아름 다운 기억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정식 (18-06-13 10:12)
 
양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에티오피아여행의 피날레를 실로 재미나게 그려주셨네요.
하라르에서 이렇게 에피소드가 많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매순간의 일과를 정말 정교한 글솜씨로 묘사해주셔서
마치 실제 장면이 뇌리를 생생히 스쳐가는 것 같습니다.
덕택에 다시한번 생생한 추억에 젖어봅니다.

잊지 않고 수기를 마무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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