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1-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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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나마스떼
 조회 : 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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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에게 문학도의 꿈을 꾸게 해 주었던 쌩덱쥐베리의 어린 왕자,
거기에 등장하여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바오밥 나무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아프리카의 섬 나라 마다가스카르로 드디어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가는 길은 오랜 내 기다림 만큼이나 멀고도 멀었습니다. 10월 15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공항을 출발해 방콕으로, 방콕에서 나이로비행으로 환승, 다시 안타나나리보행으로 환승하여 16일 오후에는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방콕에서부터 케냐항공이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17일 새벽 3시경에야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예정되었던 타나(안타나나리보를 줄여서 부름) 관광 일정을 생략, 바로 안치라베로 달려 다음날부터야 정상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거의 모두 이미 남미, 톈산, 코카서스 등의 여행에서 서로 얼굴을 익혀 친숙했고 매너좋은 분들이어서,
아무 불평 없이 불편과 고생을 감수하면서 화목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하였습니다.
손님 8분 중 6명이 여성분들인 것도 이런 좋은 관계를 만든 한 요인인 듯했습니다.
여성분들은 역시 웃음이 많고 금방 서로 잘 친밀해지는 점에서 우리 남성들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마다가스카르는 한반도의 약 2.7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큰 섬나라로, 적도 조금 아래에 위치한 뜨거운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 중 중부의 고원 평야지대(타나, 안치라베, 피아란초아 등 지역)와 서부 해안(모른다바, 톨리아 지역)을 주로 여행하였는데,
피부색만 우리와 다를 뿐 마주치는 모든 풍경과 사람들 사는 모습이 60-70년대 우리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오래된 차와 인력거, 소 달구지, 많은 인파가 뒤섞여 혼잡한 거리들, 새벽 3-4시의 어둠 속에서도 벌써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행렬을 만나고,
농촌에서는 곳곳에서 화전을 일구는 모습, 우리처럼 벼농사를 많이 짓고 있어서 오밀조밀한 다랑논에서 농기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이 어쩌다 소로 쟁기질하고, 거의 대부분은 삽 하나 들고 논을 파엎는 농부들의 모습, 우리의 오두막 초가집과 흡사한 초라한 움막같은 집들로 이루어진 시골 마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몇 십년 전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었습니다.
가능한 한 가장 좋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숙식을 하였지만, 여행의 인프라와 시스템이 미비한 점이 많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여정은 참으로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수시로 정전되고, 객실에도 모기가 많아 불편을 겪었고,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이 되어 있었으나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험한 길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도로망이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 바오밥 거리를 보기 위해 타나에서 안치라베를 거쳐 모론다바까지 갔다가 바로 톨리아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안치라베로 되돌아 왔다가 톨리아로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는 도중 적절한 거리에 호텔이나 식당이 없어서 하루 하루의 일정이 길고 빡빡할 수밖에 없었고, 몇 차례의 식사는 라면이나 비상식량으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예약해두었음에도 식당에서 펑크를 내기도 하고, 3대의 차량이 번갈아가며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오일이 새는 등 말썽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상무님께서는 노심초사하며 걱정이 많으셨지만, 무한 긍정의 행복 유전자를 지닌 우리들은 '여긴 아프리카야, 어쩔 수 없는 것은 이해하고 참는 수밖에'하면서 기꺼이 불편을 받아들이고 즐겼습니다.
뭐라 해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모론다바의 바오밥 거리였습니다.
우리가 전에 보아왔던 붉게 타는 노을 속의 바오밥 거리, 수련이나 부레옥잠 꽃이 만발한 연못에 반영과 함께 한 바오밥 나무들의 사진을 담지는 못했습니다. 몇 달째 계속된 가뭄으로 연못의 물들이 모두 말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물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내 아침 일출 무렵 여명의 하늘 아래, 바오밥 나무 앞으로 장터를 찾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는 등
현지 가이드 유대표의 열정적인 도움으로 좋은 장면들을 많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스튜디오와 중고차 거래, 여행 안내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유대표는 나와 같이 대전이 고향이어서 더 반가왔고, 가는 곳마다 쉽게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한번도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도와주어서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맛있는 망고를 실컷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가는 도시마다 바닷가재와 게, 피자, 한식 등의 맛집을 찾아 맛난 식사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만난 인상적인 풍경은 톨리아 인근 아나카우 마을 등의 해변과 어촌의 모습이었습니다.
모터가 있는 큰 배는 거의 없이 돛이나 노를 이용해 움직이는 작고 독특한 모양의 통나무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데,
그런데도 엄청나게 큰 가오리나 장어 등을 잡아 왔습니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참으로 예술적인 돛배가 푸른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과 바삐 일하는 해변 어촌 사람들의 일상은 먼 동화 속의 풍경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유대표는 비싼 농약을 칠 수 있는 여건이 못돼 어쩔 수 없이 모든 농산물들이 유기농일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농산물 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전통적인 생활 모습과 무공해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지만, 곧 풍요롭게 잘 살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초라한 움막 같은 집도 그 안을 보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부지런하게 무슨 일이든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으니까요.
카라코람의 아이들, 인도 라자스탄의 아이들, 미얀마의 동자스님들 등 많은 사랑스럽고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왔지만,
이곳의 아이들 또한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었습니다.
사금을 캐는 냇가에서, 혼잡한 장터에서, 빨래터와 논밭에서 어른들과 함께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들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황토 벽돌을 만드는 곳에서는 6-7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까지 어른들 틈에 끼어 제 몸무게만큼이나 될 벽돌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한 알의 사탕이나 과자를 건네며 아픈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순식간에 어디선가 수십의 아이들이 나타나니, 사탕이나 과자, 볼펜 등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가져간 과자를 다 쓰고, 한 상자의 과자를 현지에서 더 사야만 했지요.
바쁘고 팍팍한 삶에 지친 분들에게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몸은 힘들겠지만, 까만 얼굴에 별처럼 반짝이는 초롱한 어린이들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당신의 마음과 영혼은 평화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 내 언제고 다시 갈 수 있으려나?
검은 얼굴의 천사들이 사는 그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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