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여행-잊지못할 감동을 드립니다!
 

 
작성일 : 15-07-13 14:26
소나마르그에서 찾은 진주
 글쓴이 : 이정식
조회 : 3,600  

소나마르그의 초원에서 빨랫감을 가득 넣은 낡은 양은바구니에 머리에 이고 아이와 함께 냇가로 걸어가고 있는 이 여인을 처음 보게 된 것은 3년 전인 2012년 7월 하순이었다..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앳된 소녀의 모습이어서 옆에 따라가는 어린 아이가 그녀의 자식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갑작스런 카메라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 눈에 보아도 이곳에 거주하는 유목민이나 가난한 난민일 가능성이 높았다. 약간 지쳐 보이는 때 묻은 얼굴과 다소 헝클어진 머리. 남루한 쇼올을 어깨에 두른 모습들이 그녀의 고단한 삶을 짐작케 하였다. 하지만 사진가로서의 나에게 그녀는 마치 영롱한 진주처럼 보였다. 흙 속에 가려진, 아니면 먼지 묻은 진주랄까. 먼지만 잘 털고 닦아내면 무엇보다 빛날 것 같은 숨겨진 어떤 모습이 쨘~하며 나타날 것처럼 느껴졌다. 커다랗고 깊은 눈은 고단한 삶을 머금고 있었고 눈썹, 입술 그리고 얼굴전체의 윤곽까지 모든 요소가 애잔한 유목민 여인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름은 ‘시니’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열다섯 나이에 시집와서 벌써 아이 하나를 낳아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던 나는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며 다음에 올 때 기념으로 사진을 인화해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아이에게 사탕을 몇 개 쥐어주고 돌아섰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작년 여름, 약속대로 커다란 사진 한 장을 들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시니’를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움막같은 유목민들의 작은 마을들이 여기저기 여러 곳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어디서 찾아야할 지 막막했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듯 사진을 이사람저사람에게 보여주며 한나절 땀흘리며 수소문을 한 끝에 극적으로 한 소녀가 이웃에 산다며 나를 언덕 위에 있는 마을로 이끌었다. 진흙과 돌로 어설프게 지어진 한 움막집 앞에 나를 멈춰 세우고 시니를 찾아 나선 소녀는. 한 참을 지나자 우물가에서 그릇을 씻어 돌아오는 시니를 데리고 돌아왔다. 나는 시니의 얼굴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그녀의 얼굴은 2년 전의 얼굴과 많이 달라보였다. 많이 늙어 보이고 피부도 눈에 띄게 거칠어진 것 같았다. 많이 야위고 무척 힘들어보였다. 그저 두해 전에 잠깐 얼굴보고 사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많이 달라진 그녀를 다시 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커다랗게 프린트한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는 함박 웃으며 차를 대접하겠다고 집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흙으로 만들어진 움막은 커다란 아궁이와 그 곁에 놓여 진 몇 개의 양은그릇, 그리고 부엌 맞은편 바닥에 놓여 진 작은 멍석이 전부였다. 그을린 천정에 아무렇게나 매달린 오랜 백열전구에는 거미줄이 쳐져있고, 그나마 낮에는 정전이라 벽에서 뜯어 낸 돌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낮 시간 어두운 움막 안을 살짝 비추는 정도였다. 먼저 왔을 때 보았던 어린 아들은 이방인의 방문에 어안이 벙벙한지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남편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이 집 재산의 전부인 염소 두 마리를 데리고 밖에 나가고 없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기꺼이 나를 위해 부뚜막에 앉아 포즈를 취해주었다. 포트레이트 몇 장을 찍으면서, 이 여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 좋은 교육을 받으며 살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젖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지갑 속에 있는 돈을 꺼내 한사코 만류하는 그녀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다소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열흘 후에 이곳을 비롯한 카슈미르 전역에 대홍수가 발생하여 수많은 카슈미르 사람들이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전해졌다. 우리가 머물렀던 스리나가르의 달호수 안에 있는 하우스보트도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홍수가 발생하기 직전에 귀국할 수 있었던 우리로서는 너무나도 다행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현지 여행사에게도 부탁을 했지만 외진 곳이고 연락도 잘 되지 않는 곳이라 알아보기 힘들다는 대답뿐이었다. 한참을 지나, 얼마 전 우리가 하루저녁 머물렀던 그 마을 부근의 호텔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지배인에게 그 마을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마을은 작년여름 대홍수와 산사태로 모두 없어졌고, 마을사람들의 생사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최근 들어 한 부동산업자가 현재 그 지역을 모두 갈아엎고 리조트단지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만이 나를 다시 슬프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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